햄릿 - 완역본
어렸을때 저희 집에도 아마 아버지께서 10년만에 연락된 첫사랑으로부터 마지못해 사오셨을 것으로 사료되는 세계문학 전집이 있었습니다. 희안하게도 그 시절에는 첫사랑들이 문학 전집 장사를 했었는지 친구들집에도 다 한 벌씩 있었으니까요. 작가나 제목은 누구나 한번은 들어봤을 그런 책들이 30권 정도 있었습니다. 도스토옙스키를 제외하고 왠만큼 본다고 봤지만 초등학교때 본거라, 내용이 머리에 남아있는 것은 몇 없네요.
아 한국문학 전집, 조선왕조 실록, 계몽사 만화 세계사, 과학만화 시리즈 등도 있었네요.; 아부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중에 셰익스피어의 책들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소설이 아닌 등장인물의 대사를 기반으로 한 희곡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고. 게다가 연극을 봤을리도 없으니, 기억하고 있는 것이라고는 영화에서 접한 각색된 <로미오와 줄리엣>정도 입니다. 

어쨌던 30년 넘게 산 인생, 처음 제대로 된 글로 접한 셰익스피어 작품이 "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문제로다"로 유명한 햄릿입니다.
![]() | 햄릿 - ![]()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김재남 옮김/(주)하서 |
책을 읽기 전에는 저 백번도 넘게 들었을 "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문제로다"를 햄릿이 어떤 맥락에서 뱉었는지도 전혀 몰랐습니다. 이런 천박한 수준의 문학소양이..
전체적인 플롯은 <왕의 남자> 연산군에서 <정조 이산>을 거쳐서 결론은 모두 아는 것처럼..
물론, 군주로써의 갈등은 깊이 표현되진 않지만, 나약한 인간들의 내면이, 때론 아름답게, 때론 적나라게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이 대사 치는것이 김수현 저리가라 인데요, 400년전 언어의 마술사인 셈이죠.
왕: 폴로니어스는 어디 있느냐
햄릿: 식사중입니다
왕: 식사중? 어디서?
햄릿: 먹고 있는중이 아니라 먹히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 정치 구더기들이 한창먹고 있는 중입니다. 구더기란 식충들의 제왕이거든요. 우리는 우리가 살찌자고 다른 동물들을 살찌게 하고, 우리가 살찌는 것은 구더기를 살찌게 하는 것입니다. 살찐왕이나 여윈 거지나 맛은 다르지만, 같은 식탁에 오른 두접시의 요리라고나 할까요. 결국은 마찬가지 입니다.
왕: 원, 이것 참!
햄릿: 왕을 뜯어먹는 구더기를 미끼로 붕어를 낚고, 그 구더기를 먹고 살찐 그 붕어를 사람이 먹고 그렇습니다.
왕: 무슨 소리냐 그건?
햄릿: 그저, 전하께서 거지 뱃속을 순행하실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 햄릿이 대신 폴로니어스를 찔러죽인후, 자신의 원수인 현왕(숙부)와의 대화
예! 고목나무도 완전히 죽기 전까지는 해마다 싹터 이파리 내고, 해마다 봉오리 맺어 꽃 피워내고, 너! 죽기 전에 피워내는 꽃이 얼마나 처절하고 아름다운지 알아? 너 늙어도 사람이야. 늙어도 여전히 심장이 뛰고 여전히 피가 도는 사람이야. 너 늙어도 마음 안 늙어. 그냥 늙은 사람들 스스로 내가 늙었다고 자제하고 그렇게 늙은척 하고 사는거지. 누가 늙은 척 하지 말고 애처럼 살아봐라 그러면 진짜 모두 굉장치도 않을거야
- 엄마가 뿔났다 김혜자.
실제 무대에 올려진 햄릿도 꼭 한번 보러가야겠습니다.




2 개의 댓글:
햄릿과 김수현이라니, 재밌네요. 저는 비폭력 대화 책을 읽으면서 그 때 한창 유행중이었던 아내의 유혹 대사를 비폭력 대화로 바꾸어 봤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어요. 블로그 포스팅 까진 이어지지 못했지만... ㅋㅋ
햄릿에서 구더기 구절을 찾고 있었는데, 감사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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