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캄보디아 1
서른살을 넘기면서 1년에 하나씩 나에게 선물을 주기로 했는데, 올해는 여행이라는 선물을 6월 초에 지급했습니다.
혼자 갔냐고 몇몇 사람들이 물어보지만, 사실 혼자 간게 아니라 '나'와 같이 간 여행이였습니다. (좀 자폐스럽나요;)
제가 간 6월 초의 기후는 우기가 시작되기 직전의 40도에 육박하는 고온다습입니다. 숨만 쉬어도 땀이 등을 타고 흐르더군요. 하지만 비행기에 내렸을 때 숨이 턱 막히는 아열대 기후가, 새로운 세계에 왔구나 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줍니다.
Day 1 밤
첫번째 목적지는 앙코르 왓이 있는 씨엡립입니다.
미리 e-visa도 받고, 공항에 내려 입국수속을 밟았습니다. 입국서류에 뭔가 잘못 기재했는지 직접 수정하고는 1$를 달라고 하더군요. 이 무슨...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못알아 듣는 첫 하니 그냥 가라더군요. 사실 잘 못알아 듣겠더군요.
예약 후 공항에 픽업을 나오신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은 바로 며칠전 본인이 아리따운 캄보디아 여성분과 결혼식을 그 게스트하우스에서 올리시는 바람에 손님을 받기가 힘들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예약은 여기서 했으나 여기에서 묶었습니다.
그곳 사장님께서 "여행에는 언제나 이변이 있는 거 아니겠느냐"며 애써 미안함과 당당함을 보여줍니다만 물에 빠져 죽을 정도는 되어야 어디가서 여행에서 이변이라고 하지 않겠습니까.ㅎ 결혼식 덕에 공짜맥주 잔뜩 얻어먹고 잠들었습니다. 맥주 브랜드도 Angkor.
Day 2 오전moto 혹은 tuktuk이라 불리는 것을 타고 앙코르 왓으로 향했습니다. 하늘은 끝없이 푸르고, 밀림이다 보니 드높은 나무의 초록은 굳이 앙코르 왓이 없어도 여행이 충만해 집니다.
씨엡립의 유적은 앙코르 왓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에 흩어져 있고, 그 유적들을 돌아볼 수 있는, 1day, 3days, 1week 의 자유이용권 같은 입장권을 판매합니다. 저는 40$을 주고 3일권을 샀습니다. 즉석에서 사진도 찍어서 발급해 주네요.
앙코르 왓의 입구에 도착하였습니다. 앙코르 왓은 크메르 왕국(802~1467)의 18대 왕인 수리야바르만 2세(1113~1150)에 의해서 12세기 초에 지어진 사원이자 신전이고 왕궁입니다. 37년간 2만 5천명이 동원되어 힌두의 신인 비슈누에게 헌정된 해자를 포함하여 가로 1.3Km 세로 1.5Km의 크기로는 가장 큰 사원입니다.
서쪽 정문을 향해 난 250m의 다리입니다. 이 다리를 건너면서 마음속의 증오, 불만, 자만, 죄악 등 모든 것을 버리고 순결하고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신을 만나야고 한다는군요. 하지만 그냥 신나서 건넜습니다.
정문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사원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사원은 전체 3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피라미드 구조 이고, 각 층마다 회랑을 이루고 있습니다.
출처: 앙코르 왓, 신들의 도시 - 최장길
이 회랑들을 오른쪽으로 돌아야 한다는 주장과 왼쪽으로 돌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긴 하지만, 고도리 방향이 익숙하므로 오른쪽으로 돌기 시작했습니다. 1층의 회랑벽에는 4방향에 입구와 모서리를 기준으로 나뉘어진 8개의 주제로 부조가 조각되어 있습니다. 각 주제는 대략 50m - 100m 정도의 길이를 가지고 있고, 각각의 부조가 파노라마 처럼 조각되어 있어서 마치 동영상의 한 컷 한 컷을 캡쳐해 둔 것 같아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서남쪽(입구가 서쪽이므로 입구의 바로 오른쪽) 회랑에 있는 힌두설화의 대 서사시 마하바라타의 마지막 이야기인 인도의 쿠륵세트라 지역에서의 18일 간의 대전투를 조각해 두었습니다.
코너를 돌아 남서쪽에 있는 수리야바르만 2세의 군대 행렬을 조각해둔 그림입니다.
앙코르 왓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유적의 코너와 기둥에는 다양한 압사라(Apsara)라고 불리는 여신들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이 압사라들의 표정이나 손과 발의 동작 옷차림이 같은 것이 모두 다른 모양을 취하고 있습니다. 한가지 더 놀라운 사실은 캄보디아의 가라오케에 일하는 아가씨들도 압사라 라고 부르더군요.;;
약간은 습한 회랑을 잠깐 빠져나와 3층으로 이루어진 사원의 2층 부분을 바라보았습니다.
남동쪽에 있는 이 그림은 천국과 지옥이라는 주제로, 위쪽은 가마를 타고 천당으로 가는 사람 아래는 지옥에서 고통받는 모양을 조각해 두고 있습니다.
인도신화 바하가바타-푸란나에 나오는 이야기로 우주에서 우유의 바다를 젓는 장면입니다. 마치 줄다리기를 하는 것 처럼 보이긴 하지만, 중간에 지휘를 하고 있는 것은 힘두신인 비슈뉴, 중간에 굵은 밧줄은 거대한 뱀 바수키, 왼쪽에서는 92명의 악마들이, 오른쪽에서는 88명의 신들이(물론 세어보진 않았죠) 서로 합심하여 천년간 우유의 바다를 휘젓는 내용입니다.
은하수를 milk way 라고 하는 것 보면, 고대 인도, 크메르족들도 밤하늘에서 우주의 바다가 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씨엡립의 많은 유적들이 힌두 신화를 바탕으로 만들어 지다 보니, 이 우유의 바다를 젓는 것과, 뱀 바수키를 끌어당기는 메타포나 조각들을 곳곳에서 볼수 있습니다.
회랑을 잠시 빠져나와 2층 외벽을 잠시 둘러봅니다. 파란 하늘이 사원의 비 현실감을 더하는 것 같네요
절반을 넘어 동북쪽 회랑에 다다랐습니다. 더워 죽겠습니다. 사이좋게 우유의 바다를 젓던 악마와 신은 사이가 틀어져 전쟁을 하게 되는데요, 이 전쟁에서 악마들에 대한 비슈누의 승리를 조각하였습니다. 사진에 잘 나타날지는 모르겠지만, 조각이 눈으로 봐도 조금 거칠고 조잡합니다. 저는 보전이 잘 안되서 그런 줄 알았는데, 동북쪽 회랑과 북동쪽 회랑의 조각은 앙코르왓 완성이후 400년이 지나서 조각된 후대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설에 의하면 앙코르 왓을 건축한 후 더 훌륭한 건축물이 지어지지 못하도록 장인들의 손목을 다 잘라버렸다고 하는데, 기술전수가 안되어서 그랬거나, 앙코르 왓 400년 이후면, 크메르 왕조의 거의 멸망할 시기인데, 이때쯤에는 신과 왕을 동격시 하던 신앙심이 그전만 못해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매 코너를 돌아 회랑을 들어설때의 나타나는 시야입니다.
악마왕 바나에 대한 크리슈나(크리슈나는 비슈누가 10가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 것중의 하나, 힌두 신화에서는 부처도 그중의 하나)의 승리
신들과 악마의 전투, 94m 에 걸쳐서 비슈누, 시바, 브라흐마 같은 힌두 대표신과 그 외 기타 듣보신들의 전투장면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마지막 코너인, 힌두 대서사시 라마야나의 클라이막스에 해당하는, 라마(비슈누의 또다른 화신)왕과 악마 라바나의 전쟁을 그린, 랑카의 전투 장면입니다.
회랑을 한바퀴 돌아서 처음자리로 왔습니다. 이제 겨우 1층을 다 돌아보았네요.
앙코르왓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는 여행은 조금 다르겠지만, 유적이 있는 어느 곳인들, 그곳을 둘러싼 신화와 문화와 역사를 알고 가면 더 많은 것이 보이지 않겠습니까. 낮에 돌아다니고 밤에 벼락치기로 역사 문화를 공부한 이번여행이 조금은 아쉽다면 아쉽습니다.
참고 서적:
앙코르 왓, 신들의 도시 - 최장길
Lonely planet Cambodia
Ancient Anchor - Michael Freeman

3 개의 댓글:
나와 같이 간 여행이란 말이 굉장히 멋있네요. 사진도 근사합니다^^
여행기 잘봤어요. 일년에 한번의 선물 마음에 와닿네요.
잘써다. 2편은 언제 나오냐.
댓글 쓰기 |